스토리1

주례사

함박눈의 여행갤러리 2006. 7. 29. 16:31

 

 

주례사   강학중님  가정경영연구소장

 

방송 프로그램을 함께하던 작가의 요청으로 주례를 서게 됐다.

일반적인 통념이나 나이도 있고해서 처음엔 극구 사양했지만

계속 거절할 수가 없었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두 사람에게 과연 무슨 얘기를 해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결혼식 당일, 두 사람의 앞날에도 갈등과 부부 싸움 같은 게 있을까 싶을 만큼 신랑

신부는 눈부시게 예뻤다. 먼저, 결혼생활은 현실임을 강조했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고 들뜬 마음으로 도배를 안 하고 칠도 안 한 채 5년, 10년씩 내버려두면 집안 꼴이 말이 아니듯이 결혼생활도

끊임없이 손질하고 가꾸면서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과정임을 얘기했다. 차려 놓은 맛있는 요리를 먹어 치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먹을 요리를 맛있게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고....

두번째는 배우자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줄 것을 당부했다. 평생을 함께할 아내와 남편으로 맞아들인다는  것은 그 사람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까지도 수용하겠다는 의미다. 나와는 뭔가 다른 매력에 결혼까지 결심을 하지만 결혼 후엔 끊임없이 내 방식을 고집하고, 나와는 다른 방식을 지적하고 비난하면서 불씨를 키우는 부부를 많이 본다. 그렇게 20~30년을 살았지만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배우자를 보며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서로 낭비했던가,하는 후회만 남기 마련이다. 양가 부모님께도 한 말씀 올렸다. 이제까지는 우리 소연이, 우리 준석이었지만 지금부터는 누군가의 아내와 남편이며 머지않아 누군가의 아빠와 엄마가 될 이 두 사람을 이제는

놓아주시라고, 온전히 떠나보내시라고.....그리고 이제는 부모님 자신을 위해 남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라는 말씀을 드렸다. 결혼식장을 가득 매운 친척, 친구, 하객들에게도 한마디 부탁을 덧붙였다.설사 서운한점,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두 사림의 행복을 위하는 일이 아니라면 널리 이해하고, 참고 지켜봐 줄 것을 당부 했다.

그것이 진정으로 두 사람의 결혼을 축복해주는 일이 아니겠느냐고, 그날 신랑 신부에게 한 얘기는 나 자신에게 하는 것이기도 했다. 뭘 몰라도 한참을 모르고 시작한 결혼이 어느덧

25년,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게 얘기할수 있는 나의 결혼생활이 뒷받침되어야 내 주례사가 더욱 설득력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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