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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벗꽃 축제에서 '4월 7.8.9일

함박눈의 여행갤러리 2006. 4. 11. 19:57


*꽃이 피었습니다. 사랑이 피어납니다.

일년 동안 그녀에게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흙에 물기가 촉촉해지고 해가 높이 떠올라 몸도 같이 따뜻해지는 때가 되었을 때, 차가운 공기가 그녀를 깨웠습니다. 밖으로 나온 세상은 생각했던 것만큼 아름답지만은 않았습니다. 몸을 때리는 빗줄기는 너무 차갑거나 너무 세찼고,바람이 불 때면 몸을 휘감아 버렸습니다. 여름이 오자 '뜨거움' 이라는 단어를 배웠습니다. 어둠을 걷어가는 커다랗고 빨간 그가 나타나면 세상을 완전히 다르게 보였습니다. 어둠 속에서 춥고외로움에 떨었던 그녀는 언제나 그 강력한 생명력을 지니는 그가 나타나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뜨거움을 즐길 줄 알게 되었습니다. 태양과의 사랑에 빠진 그녀는 왜 계속 목이 마른지, 갈증이 나는지 이유도 모르는채 계속해서 태양이 떠오르기만을 바랐습니다. 커다랗고 강한 힘을 가진 그녀의 연인은 모든것을 지배했습니다. 강력한 권력과 힘을 가진 타오르는 태양은 너무 뜨거워서 때론 모든것을 태워버리기도 했습니다. 그 뜨거움에 지칠무렵 그녀는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을 만났습니다.수다스럽게 그녀를 건드리는 물방울은 뜨거움과

 힘에 지쳐버린 그녀에게 포근한 안식처 같은 친구였습니다. 그는 기다리거나 돌아갈 줄도 알았고, 함께 웃고 함께 우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아침에 살며시 맺히는 이슬과 함께 미소를 지었고 시원하게 떨어지는 소나기에서 기쁨을,끊임없이 내리는 장마비에서 눈물을 배웠습니다.하지만,유연함은 가끔 통제불능이 되었고,넘치거나 잠겨버리기도 했습니다. 그 변덕스러움에 지칠 때쯤 그녀가 만난 것은 호흡의 흐름을 바꾸는 바람이었습니다. 바람은 조용히 이야기했습니다. 세상은 흘러가는 것이고,밖의 세상 속으로 나가라고, 저 멀리에는 더 큰 자유와 더 큰 세상과 더 큰 아름다움이 있을 것이라고,그무렵이었을 겁니다. 그녀의 첫 번째 연인인 태양이 점점 힘을 잃어가던 때가 ,차가워 지는 공기는 북쪽에서 불어왔고, 그녀에게 욕망을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름을 알려주었습니다. 가을이 가고 바람이 세어질 무렵, 모든 것이 멈추었습니다.하지만,그녀는 욕망했습니다. 자신보다 더 큰 무엇을, 자신과 세상과 시간을 이어줄 그 무엇을 말입니다. 그리고 긴 잠에빠졌습니다. 길고 지루한 겨울에 그녀의 연인들은 모두 얼어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사랑에 대한 욕망은 점점 커져갔습니다.그것은 자신에대한 사랑이었습니다.그리고 다시 봄이 왔습니다. 그녀의 사랑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사랑은 생명에 대한 강한 욕망입니다.그리고 그 욕망의 절정은 아름다움입니다. 유혹입니다. 꽃이 피었습니다. 우리의 사랑이 피었납니다.           신한은행 월간지   에디터  장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