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행복하세요

함박눈의 여행갤러리 2005. 6. 24. 01:08

 

 

2005년 4월 2일 인류를 향해 쉼 없이 사랑의 빛을 밝히던 커다란 별이 유성이 되어 사라졌다. 비행사를 꿈꾸던 어린 시절에는 전래동화의 주인공 '롤랙'으로 불렸고,연극배우가 되고 싶었던 청소년기에는 '카롤'이라는 이름으로 폴란드 소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사람'안제이 야비엔' 이라는 필명으로 시와 희곡을 발표했던 낭만적인 문학 청년에서 신의 부르심을 받아 '보이티와 신부'로 생의 여정을 바꾼 사람, 한때 '쿠라쿠프 대주교','폴란드의 추기경'으로 통했으며, 노동자와 대학교수라는 다양한 이력을 가졌던 성직자,1978년 교왕으로 선출된 뒤에는 '요한 바오로 2세', '평화의 사도','행동하는 양심' 등 무수한 호칭으로 희자되던 사람, 지구촌 방방 곡곡 온 땅에 입맞춤하며 인류의화합을 위해 헌신하는 가운데서도 그 분은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소탈하고 다정다감한 모습과 따뜻한 유머를 잃지 않았다.교황 선출 직후 동료 추기경에게 축하 인사를 받는 순간에도 역대 교황들과는 달리 선 채로 인사를 나누는 겸허한 면모를 보였다.스키와 등산,카누타기를 즐기던 만능 스포츠맨답게 한꺼번에 두세 계단씩 층계를 뛰어오르고,특유의 활기찬 걸음으로 바티칸 관계자들을 당황케 했다. 1989년 두번째 한국 방문 때는 시대의 아픔을 상징하는 '최루탄'을 선물한 이 땅의 젊은이들과 손을 맞잡고, 낭랑한 목소리로 아리랑을 합창했다. 즐겨 시청하던 퀴즈 프로그램에 직접 전화 걸어 문제를 맞히는 파격적인 행동으로 로마 시민들에게 예기치 않은 기쁨을 선사하기도 했고, "나는 내 건강이 궁금하면 신문을 읽어요. 기자들이 나보다 더 정확히 알거든요."라며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1994년 건강이 악화된 상태로 주교회의에 참석했을 때, 자신을 걱정스런 눈길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한쪽 눈을 찡긋하며 갈릴레이의 일화를 인용, 라틴어로 "Eppur si muove(그래도 나는 움직인다)"라고 말해 안심시켰던 사려 깊은 분이기도 했다. 임종을 지켰던 롤란드 성직자들은 마지막 순간, 그분의 표정이 마치 미소를 머금은 것처럼 해맑고 평화로웠다고 전했다. 나는 믿는다. 우리 모두를 향해 "행복하세요"라는 축복 인사를 남기고 떠나신 그분이 지상에서 그랬듯이 무릎 꿇어 천상의 문턱에 입맞춤 하셨으리라는 걸.

 

                    좋은생각 中 오늘의 만남/최성은 님(폴란드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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